2009년 09월 24일
[영화] 내 사랑 내 곁에(2009, 한국).


내 사랑 내 곁에, 2009년 한국 작품.
[ 장르 : 드라마 | 상영시간 : 121분 | 개봉 : 2009년 9월 24일 | 관람등급 : 12세 관람가 ]
2009년 9월 22일(화) 감상, 명동 중앙시네마 1관 with 아이떼님.
자기 직전. 이 글을 써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쓸만한 정신상태는 아닙니다. 안주없이 김빠진 맥주를 쓰게 들이켰고,
어떤 마음으로 이 글을 써야할 지에 대해서도 굉장히 고심했습니다. 아마도 이 영화는 보시는 게 더 빠를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면,
또 낚는다고 할 사람들이 생길 것 같아 조심스럽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우울하기만 한 가을에 너무나도 슬피 울어야 했던...
그런 영화였어요. 그래서인지 더욱 더 조심스럽습니다.
원래 블로그를 통해 감상문을 적을 때에는 포스터 B안을 항상 올립니다. A안으로 사용하고 있는 포스터들에 가려져,
안타깝게도 빛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B안들 중에는 가끔 영화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번 포스터도 그렇습니다.
A안은 아파서 다 말라 죽어가는 김명민(백종우 역)과 그를 슬프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는 하지원(이지수 역)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게 아니면, 다 죽어가는 김명민의 솔로컷입니다. 이렇게 울고 있는 하지원의 포스터를 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포스터가 이 영화를 말해주는 것이라고 한다면, 또 지나친 이야기가 되는 걸까요.
그리고보면 이렇게 감상을 적는 것은 2009년에 본 영화 중에서는 처음입니다. 어떻게 적어야 할 지 막막하다가, 서간체로 적으면
조금 더 이 영화의 감상이 잘 드러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처음 배우들의 이름은 물론 타이틀롤까지의 문자는
타이핑으로 쳐가는 듯한 연출입니다. 이런 점 하나하나가 하나의 소재가 되고 이야기가 되기 때문에 놓치지 않습니다.
결국 타이핑이라는 한 가지 요소가 이 영화에서 눈물샘을 자극하는 하나의 아이콘이 됩니다. 죽여줘... 해서는 안될 말이죠.
운명이라고 하기에는 다 줄 수 없었던 남자와, 운명이기 때문에 다 줘야 했던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국화꽃 향기>를 떠올리며
안타깝게 저 세상으로 간 한 여배우를 떠올리며- 이번에는 남자가 시한부 인생을 살아갑니다. 루게릭병이라는 극악의 난치병을
걸린 남자가 장례지도사인 예쁜 여자를 만납니다. 알고보니 이 사람들은 과거의 인연이었던 사람들입니다. 국화꽃으로
프로포즈를 하는 촌극도 이들에게는 추억입니다. 밝기만 한 이지수의 과거는 두 번 돌아온 여자이지만, 눈물샘이 다 말라버릴만큼
이 여자... 처음에는 너무나도 활발하고 발랄하고 애교있고 재치있는 아가씨로만 나옵니다. 그래서 폭 빠져버릴 것만 같은
남자들의 로망이자 이상형입니다. <해운대>에서의 하지원이 어설픈 사투리로 제대로 된 연기를 보여주지 못했다면,
표준어를 사용하는 이번 작품에서는 제대로 물을 만난 물고기 같은 기분으로 하지원의 연기를 볼 수 있습니다.
어찌되었건 인연이랍시고 까메오도 아주 선 굵은 설경구씨가 나와주니 반가울 따름이지요.
"총맞은것처럼"!! 이라는 백지영 원곡의 노래가 그렇게 슬프게 들렸던 적은 없었습니다. 브라운아이드걸스에서 짙은 눈화장으로
인상깊은 캐릭터를 만들었던 그녀가 눈화장을 지우고 척추 때문에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꿈많던 '피겨스케이팅' 소녀 역할을
맡았습니다. 손가인. 제대로 된 연기를 하는 모습은 이번이 처음인데 참 연기를 잘해요. 어디에서 껌좀 씹었을 것 같았던 이미지가
침뱉는 연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트리플 악셀"을 휠체어로 하는 모습은 꿈을 말해주는 것만 같았죠.
8월에는 <블랙>으로 울었고, 9월에는 <애자>로 울었다면, 이제는 <내 사랑 내 곁에>로 울어야 할 차례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불렀던 그 많은 유행가들이 이렇게 슬프게 불려질 수 있나 감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대성군의 <날 봐 귀순>도 슬프고,
김종국의 <한 남자>가 슬프고,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도 슬프게... 아니, 원곡이 원래 슬펐으니 하지원이 부른 버전의 음악이
얼마나 슬픈지 들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즐겁게 불렀던 노래들이 새롭게 다가오면서, 이 영화는 또 하나의 재미를 낳네요.
<너는 내운명>의 박진표 감독님께서 또 하나의 신파극을 만드셨습니다. 이 분께서는 왜이리도 난치병 소재를 좋아하시는 지.
초반에는 다소 빠른 진행으로 두 사람이 어떻게 연인으로 발전하는 지, 사랑을 키워나가는 지 알려 주지만, 이야기가 현실적으로
바뀌면서 천천히 진행됩니다. 사랑하기에 이별을 해야 한다. 사랑하기에 죽어야 한다. 사랑하기에 다 주어야 한다. 사랑하기에...
...곁에 있어야 한다.
날짜로는 오늘 개봉이기 때문에 일부러 잠자기 직전 급히 글을 써서 올립니다. 핑클의 <영원한 사랑>을 부르며 예쁘게 춤추는
하지원의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종우의 '서지 않는' 똘똘한 그 녀석을 위한 지수의 예쁘기만 한 농담들도. 그리고 진정한 가식과
소심이 어떤 것인지도. 그리고 가지지 못한 자가 처절히 땅바닥으로 내려가는 그 모습까지도...
이 영화는 가을날 커다란 무언가를 남겨놓고 떠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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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9/09/24 00:20 | ³ 감상문제출 | 트랙백(2) | 핑백(7)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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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스포일링이 아니라 많은 양의 스포일링을 첨부하고 있지만, 그래도 보시는 데에는 도움이 되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와서 감상을 남겨주세요 ^^//
얼른 영화를 보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도리님의 리뷰를 보고싶네요~
도움이 되는 스포일러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다시 읽어보니 부끄럽네요 //ㅅ//
요 며칠 쉬면서도 몸이 무거워서 통 움직이질 않았는데 오늘은 이거나 보러 갈까..
일단 자고 일어나서 몸상태 보고 결정해야겠습니다.
멍때리다 보니 어느새 해가 떠버렸..orz
보고나서 펑펑울고 오셨으면...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썼습니다 ;;;
오래전부터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포스팅 보니 더 재미있을거 같아요!!
이와 비슷한 아픈 일이 없으셨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렇게 따지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몰입하기 힘든 캐릭터들이지만요.
...:D 그래도 잘 보고 오셨다니 다행입니다. 덧글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